번아웃 벗어나기

번아웃 벗어나기
Photo by Anna Popović / Unsplash

일상 생활이든 직장 생활이든 누구나 번아웃을 겪을 수 있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원온원을 많이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번아웃을 겪는 팀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부분 처음 이런 번아웃 상황을 겪으면 당황합니다. 아무리 힘을 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아귀를 가진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간은 꽤 많은 것을 해결합니다. 번아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근육의 뭉침이 풀리고 언젠가 다시 손아귀에 힘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무작정 번아웃이 나아지길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기도 조언을 구하기도 하죠.

저 또한 커리어에서 두 번 정도 번아웃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첫 창업을 실패하고 폐업을 준비하던 시점이고, 두 번째는 엔씨소프트에서 재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를 시기라 그냥 버티며 자연스레 나아졌습니다. 두 번째는 그래도 한 번 겪었던터라 이게 번아웃이구나 싶었죠.

나름대로 번아웃을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습니다. 그 중 생각보다 큰 효과를 봤던 것은 '대충대충 일 해보기'입니다. 번아웃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나를 더 지치게 하곤 합니다. 그 순간에는 더 무심해지고 더 대충하는게 차라리 효과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힘을 뺄 때는 더 확실하게, 쉴 때는 더 확실하게 쉬니 다음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쌓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니는데 어떻게 쉬라고 하는거지?’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예 주말에 놀듯이 회사에서도 휴식을 푹 취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일에 평소 들였던 노력의 50%만 활용해보라는 것이죠. 이후 어느정도 쓸만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보세요.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조금씩 더 힘을 빼세요. ‘더 대충 해도 되나?’ ‘오!? 이게 되네?’ 싶은 수준의 하방선이 어디인지를 찾아보는 겁니다. 노력은 30%만 썼는데, 평소 결과의 60~70%가 나온다면 꽤 괜찮은 가성비입니다. 그렇게 내가 평소 쏟는 에너지의 양을 조금 줄이면서도 회사 업무 결과가 누가 보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적정선을 찾아보는 것이죠.

필요한 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최대한의 자원을 들여서 최대의 결과를 뽑아내는 것이 일에 있어 가장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충 힘을 써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뤄내는 것도 나름의 능력일 수 있습니다. 번아웃 순간만큼은 힘을 쭉 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에너지와 멘탈을 아껴 온전하게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여유의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남은 힘이 없는데 취미를 갖고, 더 활동적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 자신을 쥐어 짜며 번아웃을 극복하려 하다가는 진짜 멘탈이 바싹 타버릴 수 있습니다. 번아웃이 왔으니 자신을 더 돌보고 더 주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사실 앞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할 꿈 같은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설렁설렁 하는 동안 성과가 나지 않아 조직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당하면 어떻게 하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요. 번아웃이 온 것 같다고 솔직하게 동료들에게 이야기 하고 배려 받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다 이런 순간은 오기 때문에 충분한 공감을 받을 수 있는게 요즘 일을 하는 세대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그게 낫습니다.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결국 지나갑니다. 정말 뛰어난 인재도 번아웃을 겪을 수 있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만약 이 사람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그게 진짜 큰 일입니다. 차라리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좋은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배려하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훨씬 더 이기적이고 현명한 선택입니다.

매 순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아웃을 당장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문제를 다스릴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 개인의 차원에서만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와 동료의 배려도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일이죠. 더 건강한 사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각자가 노력한다면 번아웃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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