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분류

일의 분류
Photo by Markus Spiske / Unsplash

간혹 일이 정말 많이 몰릴 때가 있습니다. 주니어 단계를 넘어갈 때 개인의 업무 기량이 상승하다 보니 더 많은 일이 주어지는데요. 이때 밀려드는 일을 해결하지 못해 번아웃을 겪어나 업무 퍼포먼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팀원들을 만나곤 합니다.

최근에 저희 팀원들과도 이 주제를 가지고 꽤 여러 명과 오랜 시간 이야기했는데요. 조금 놀랐던 점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업무 처리 기준이 없는 팀원이 꽤 많았다는 겁니다. 일을 단순히 '그냥 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선순위를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의 임팩트를 고려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걸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는지 그리고 어떤 건 하지 않고 어떤 건 해야 하는지 분류해야 합니다.

보통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기만의 업무 구분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 오히려 너무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기 보다는 단순한 업무 분류가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였는데요.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구분이 효용이 있을 것 같아 제가 어떻게 보통 업무를 구분해서 처리하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총 세 가지의 구분을 만들고 이 통에 대부분의 업무를 넣어둡니다. 그 세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언제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 예상되는 일
  2. 빠르게 처리는 불가능하지만, 언제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 예상되는 일
  3. 빠르게 처리는 불가능하고 언제까지 처리할 수 있는지도 예상할 수 없는 일

순서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1번과 2번 업무는 일반적인 구분이라 익숙하실 겁니다.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인지 가늠해서 나의 업무 선 상에 빠르게 반영하고 해치워 나가는 업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1+2번과 3번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 일인지 구분하는 기준입니다. 특히 3번을 구분해내는 것이 업무 효율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해결 방법이나 일자는 묘연한데 어떻게든 안고 끙끙 앓는 업무들이 보통 저 범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일은 결국 이뤄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누구에게는 전화 한통 혹은 미팅 한번에 해결될 수도 있죠. 때문에 업무를 분류했을 때 해당 업무가 3번에 해당한다면 이를 과감히 반송 처리해야 할 용기도 필요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주소가 잘못 적혀 오거나 아직 나에게 올 순간이 아님에도 이른 시기에 전달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나에게 이 일을 전달했거나 해당 문제를 트리밍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내가 이 문제를 핸들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를 정리하고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핸들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가 정리되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문제를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위의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팀으로 협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혼자 일하고 있다면 1, 2, 3번 문제 구분 없이 모래 퍼먹듯 꾸역꾸역 어떻게든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겠죠. 팀 플레이에서는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팀 플레이는 개인이 병목이 되는 상황을 막고 모두가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구분과 전략이 언제나 완벽하게 통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3번 업무를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만은 없습니다. 때로는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협업을 통해 더 큰 성취를 이루고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접근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경력 3~4년차를 넘어서며 미들 레벨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분들은 개인을 넘어 팀으로서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답을 찾아 나가는데 있어 이런 업무 분류 방식이 조금이라도 유익한 길잡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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