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정하는 일

'기준'을 정하는 일
Photo by Joel & Jasmin Førestbird / Unsplash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업무 중에 ‘정책’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습니다. 주로 누군가에게 정책을 정한 후 논의하거나 알려주는 경우인데요.

‘정책을 정한다’는 것을 달리 이야기하면 우리가 특정 업무를 진행하는데 지켜야 할 ‘원칙’ 혹은 ‘기준’을 정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정책, 원칙, 기준 등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적용이 필요합니다. 어디에는 이 기준으로, 저기에는 저 기준으로 하는 등의 유동적인 정책 정의와 설정은 예외 상황을 모은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외가 많은 기준은 혼란의 씨앗이 되곤 합니다.

기준을 정하는 것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준에 해당하는 것과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행위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준에 해당한다면 왜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다면 왜 해당하지 않는지 다시 한번 빠르게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넥스트 스텝’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업무 중 흔히 겪는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IT 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하다 보면 ‘어디까지 내가 결정하고, 어디까지 디자인이 결정해야 하지?’ 고민이 들 때가 종종 생길 겁니다. 저는 그럴 때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혹은 기획서에 정의된 정책 내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디자인에서 자체적으로 혹은 주도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디자인이 정책적으로 설정해 바뀌지 않을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것도 무의미합니다. 서로 이게 정책이라고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책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문제가 발생해 수정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합니다.

모두가 이러한 기준에 따른 사고를 하면 업무 효율이 현저히 상승합니다.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죠. 기획에서 고민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디자인에 업무를 이관하거나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 자신 혹은 팀 간의 업무 효율을 고민하고 있다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 일을 내가 왜 하는지, 그리고 이 일을 함에 있어서 바뀌지 않을 기준과 원칙은 무엇인지’ 한 번쯤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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