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된 이해'의 필요성

'공유된 이해'의 필요성
Photo by Jason Leem / Unsplash

에자일 방법론에 기반한 스프린트 방식은 스타트업의 제품 개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제품팀을 운영하며 에자일하게 일한다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에 따른 저만의 답을 실행하곤 했는데요. 팀이 기민하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긴 했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1~2주의 스프린트 체계에 체력과 멘탈이 깎여 나가는 듯 했습니다. 한번 이렇게 떨어진 컨디션은 가끔 오는 쿨다운으로는 회복되지 않았고요.

스프린트가 이어지다 보니 제품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기획도, 디자인도, 그리고 개발도 일단 앞에 놓인 것을 처리하는 것에 급급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우리 제품의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 티키타카를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했으나 그것이 고객을 위한 의미 있는 논의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건강하게 일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작년 여름을 넘길 때쯤 떠올랐습니다. 더 빨리 문제를 파악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었으나 저 또한 당시에는 그저 빠르게 MVP를 내놓고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과 내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제품 개발은 그때그때 단거리 경주로 보이지만, 결국 실행하는 팀은 엄청난 단거리 경주를 쉴 틈 없이 장거리로 소화해야 합니다. 이 장거리 경주를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는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내부적으로 에자일 프로세스를 더 잘 소화하기 위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팀 내의 개발 컨설팅을 담당했던 손진규님의 제안으로 진행된 스터디였습니다. '유저 스토리맵핑'이라는 책을 스터디 멤버끼리 직접 읽어본 후 매주 한 챕터씩 토론했습니다. 스토리맵핑이라는 실제 프로세스를 학습하는 책이니만큼 스터디에서 직접 실습을 하기도 했고요.

스터디를 다 끝내고 나니 '우리에겐 '공유된 이해'가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공유된 이해'란 이 책의 핵심 개념인데요. 우리가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였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이 구현되어야 하는지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보통 우리는 무언가를 공유할 때 혼자서 열심히 고민한 내용을 간략한 장표 몇 장 혹은 말로 전하곤 합니다. 나 혼자 몇 날 며칠 고민한 내용을 그 사람이 장표 몇 장으로 이해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부터 엄청난 괴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상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해결 방법은 내가 100을 아는 만큼 상대방도 100을 알게끔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는 것입니다. 서로 100만큼 알고 있다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변경이 생기더라도 서로 빠르게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따로 글로 정리하겠지만 처음에 제품팀 전 조직이 이 방법론을 공부하고 체화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직접 작성해 보거나, 라면을 끓이는 과정을 스토리화 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며 점차 이해를 높여 나갔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A-Z까지의 스토리를 나열하고 그 안에서 '이 기능이 현재 우리가 검증하고자 하는 목표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반드시 이번에 구현되어야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구현이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어야 할까'에 대해 한번 스토리맵핑을 할 때마다 거 일주일을 논의하는데요. 시간은 꽤 걸리지만 이렇게 한땀한땀 스토리를 완성해나가다 보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제품의 모습이 모두에게 거의 동일한 상으로 맺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앞단의 시간을 잘 활용하여 강한 Align을 해놓으면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 서로의 싱크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불필요한 논의가 확연히 줄어듭니다. 공유된 이해를 완벽히 맞추는 것만큼 스타트업에 중요한 것이 제품의 빠른 검증입니다. 앞단의 시간 투자가 결코 아깝지 않게 개발팀이 제품 자체에만 집중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유저 스토리맵핑 방법론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저희 팀은 유저 스토리맵핑을 통하여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점차 우리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실제 효과를 느끼기까지 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쉬웠던 것은 이런 방법론을 실행한 사례나 경험담이 웹상에 많지 않다는 것이었는데요. 저의 경험과 방법이 답은 아니겠지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지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차원에서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저 스토리맵핑을 진행했는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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