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실행 사이
스타트업의 업무는 예상하지 못한 것들의 연속입니다.
아무리 준비를 해놓는다 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수 없이 터집니다. 스타트업을 움직여 나가는 '사람' 그 자체를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회사 내에 1~2명이 아닌 수십명 단위로 팀원이 있다면 다양한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미리 예측하거나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특히 그것이 회사 외적인 이벤트로 비롯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렇다고 해서 준비하지 않고 모든 일을 그때그때 대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소방 훈련을 하듯,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알아두고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해야 훨씬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요즘 들어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트레이드 오프입니다. 무언가에 더 할애한다면, 무언가는 잃어야 합니다. 우리가 계획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면, 실행의 시간은 줄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우리가 지금의 계획 - 실행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견제하고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획이든 실행이든 몰입하다 보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예측하고 싶어도 그 스테이지 단계에서는 딱 그 정도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산을 더 올라야만 더 볼 수 있는 상태인 것이죠. 멈춰서 이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서는 안되는 상황이지만 과몰입 하다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실상 현재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고민에 골몰하곤 하죠. 물론 반대의 상황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누군가 우리가 그저 앞에 있는 무언가를 헤치우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조직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여러 해 경험 해보니, 시리즈 A 이전 수준에 있는 스타트업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 있어 한두달 이상의 시간을 쏟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유는 스타트업이 실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효 학습의 값이 생존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더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고, 목표를 달성을 위한 실행에 집중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계획과 실행은 매 프로젝트, 매 분기, 매 해마다 조금씩 그 비중이 달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국면에 놓여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겠죠. 곁에서 지켜보니 전체의 판세와 디테일을 모두 읽어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의 일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하는 대표가 최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팀이 서포트 해야 합니다. 더불어 그 안에서 각자의 의견이 최대한 진솔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건강하게 유지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