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 본 콜드콜, 냉철한 현실과 뜨끈한 교훈
캐시모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카페나 음식점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휴 영업입니다. 저희 서비스의 특성상 많은 제휴처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비즈니스캔버스를 다니며 세일즈에 몇 번 참여한 적은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가 아닌 오프라인 자영업 세일즈, 특히 제휴 영업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지금도 제휴 영업을 위해서 여러 방법들을 활용해보고 있는데요. 이 경험들을 잘 기록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아마 글 한 편당 하나의 제휴 영업 방법을 기록할 것 같습니다.
제휴 영업을 하기 전에 일단 타겟 고객이 밀집한 지역을 선정하고, 연락 우선순위에 따른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방법, 즉 직접 전화를 거는 콜드콜을 시작했습니다. 다짜고짜 콜드콜을 해본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장님들의 반응과 우리의 위치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실 자각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었죠. 결과는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예상대로 좋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시원하게 콜드콜을 날려보니]
- 일단 전화 통화조차 되지 않는 매장이 매우 많습니다. 영업 시간 중 한창 바쁜 시간대에 전화를 하면 아예 통화조차 못하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 콜드콜답게 역시 시원하게 대부분의 통화가 5초 내에 종료되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동일한 패턴으로 통화가 종료되는 걸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 점주님들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전화가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평소 받는 광고 전화를 몹시 불편히 여기거나 아예 듣지도 않고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약 7곳에 전화를 걸어본 후, 이 방식으로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짜고짜 콜드콜을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콜드콜을 해보면서 느낀 점]
- 거절 당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다짜고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제 말 좀 들어주실래요?"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고,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거절 당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걸 알고 있으니 필연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불편함입니다. 이를 극복 혹은 자연스럽게 여겨야만 콜드콜 하는 것이 그나마 덜 무서워질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무섭긴 합니다.
- 콜드콜의 첫 3~5초는 매우 중요합니다. 확실하게 어떤 방식으로든 주의를 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봐야 애초에 안듣는 분들이 더 많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안할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콜드콜을 어차피 할 거라면 처음 한두마디에 확실한 가치 제안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 대화 기회라고 생기지 그렇지 않다면 바쁜 사장님들에게는 얄짤 없습니다. 그냥 어버버 하다가 "아 네 다음에 전화드릴게요. 감사합니다"하고 끝나는 통화 패턴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한마디를 어떻게 던질 것인가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 콜드콜도 계속 개선해야 합니다. 여전히 지금도 콜드콜을 던지고 있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처음 하던 것보다는 확실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장님들이 관심을 보인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계속 스크립트를 수정하다보니 조금씩 콜드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해서 콜드콜 성과가 좋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콜드콜을 통한 미팅 성사는 0개입니다 (...)
- 나의 위치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일반 매장에서 광고 등의 이유로 오는 콜드콜은 4~5통 혹은 그 이상도 된다고 합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저를 잡상인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잡상인이 맞습니다. 이제는 조금 친분이 생겼지만 처음 저희와 제휴 미팅을 한 카페 사장님은 '사실 대표님 같은 사람은 카페 입장에선 여호와의 증인 믿으라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 들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 어떻게든 웜콜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다음 스텝인 것 같습니다. 콜드콜이 아니라 웜콜로 시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건 다들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겠지만 저도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막상 해보면 생각한 것보다 전화 안받는 곳도 많고 그 안에서 거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사실 제가 체감한 것보다 4~5배 이상 높았던 것 같습니다. 콜드콜은 확실한 훅 전략이 있지 않다면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콜드콜로 훨씬 더 효율을 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웜콜의 기회를 만든 후에 통화를 한다는 전략으로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이고, 콜드콜을 하더라도 명확한 이유와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여전히 콜드콜로 큰 성과는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분명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엮이면서 결국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다짜고짜 시도해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걸 알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 역시 뭐라도 일단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